과도한 차단이 불러온 코미디, 스컨소프 문제란?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다 보면 쾌적한 환경을 위해 ‘금칙어(Profanity Filter)’를 설정하게 됩니다. 욕설이나 비속어를 자동으로 가려주는 이 고마운 기능이 때로는 엉뚱한 단어까지 차단하여 사용자에게 불편을 주곤 합니다. 이를 대표하는 용어가 바로 ‘스컨소프 문제(Scunthorpe Problem)’입니다.
1996년, 영국의 ‘Scunthorpe’라는 마을 주민들이 AOL(America Online)에 가입하지 못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유는 마을 이름 속에 포함된 ‘cunt’라는 철자가 영어권의 심한 욕설과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시스템은 문맥을 파악하지 못하고 단순히 문자열이 일치한다는 이유로 무고한 지명을 차단해버린 것입니다.
이처럼 기계적인 필터링 시스템이 정상적인 단어나 문서를 음란물이나 욕설로 오인하여 차단하는 현상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개발자와 커뮤니티 매니저들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난제입니다.
왜 단순 필터링은 실패하는가: 주요 사례 분석

스컨소프 문제는 단순히 영미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문자열 매칭 방식의 단순 필터링은 다양한 언어권에서 오탐지(False Positive)를 일으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 즉 ‘Crossguard’ 전략이 부재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대표적인 오탐지 사례
- 영어권 사례: ‘Socialist'(사회주의자)는 중간의 ‘cialis’ 때문에 스팸으로 분류되거나, ‘Specialist’ 역시 같은 이유로 차단되곤 합니다. ‘Assassination'(암살)은 ‘ass’가 두 번이나 들어갔다는 이유로 필터링되기도 합니다.
- 한국어권 사례: 한국어는 교착어 특성상 더욱 복잡합니다. 예를 들어, 일의 시작을 뜻하는 ‘시발점(始發點)’이 비속어와 겹쳐 차단되거나, ‘십팔(18)’이라는 숫자가 욕설로 인식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자바(Java)’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잡아’를 비속어 변형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완벽한 필터링은 없다. 하지만 똑똑한 필터링은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는 사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정상적인 소통을 방해하여 사용자 이탈(Churn)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UX 저해 요소가 됩니다.
Crossguard 전략: 오탐지를 막는 기술적 접근
스컨소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금칙어 리스트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예외 상황을 처리하는 교차 검증(Crossguard)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개발자와 운영자가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술적 해결책입니다.
1. 화이트리스트(Allowlist) 예외 처리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금칙어 필터보다 상위 권한을 가진 ‘허용 단어 리스트’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입력한 텍스트가 금칙어를 포함하고 있더라도, 그 단어가 화이트리스트에 있다면 통과시키는 방식입니다.
- 예: ‘Scunthorpe’, ‘Socialist’, ‘시발점’, ‘변신’ 등 오탐지 가능성이 높은 단어들을 미리 등록
2. 단어 경계(Word Boundary) 인식
단순히 문자열 포함 여부(Contains)로 검사하지 않고, 단어의 시작과 끝을 인식하도록 정규표현식 등을 개선해야 합니다.
- 나쁜 예:
if \"ass\" in text: block() - 좋은 예:
/\\bass\\b/i(단어의 경계가 명확한 경우에만 차단)
물론 한국어는 조사와 어미가 붙기 때문에 영어보다 구현이 까다롭지만, 형태소 분석기를 통해 명사 단위로 쪼갠 후 필터링을 적용하면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AI와 NLP: 문맥을 이해하는 필터링의 진화
최근에는 룰 베이스(Rule-based)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자연어 처리(NLP) 기술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어 그 자체가 아니라 문장의 ‘의도’와 ‘문맥’을 파악합니다.
감정 분석과 문맥 인식
AI 모델은 \”이 멍청한 놈아\”라는 문장과 \”우리 강아지는 정말 멍청해서 귀여워\”라는 문장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전자는 공격적인 언어로 분류하여 차단하고, 후자는 긍정적인 맥락으로 이해하여 허용합니다.
| 구분 | 기존 필터링 | AI 필터링 |
|---|---|---|
| 판단 기준 | 단어 일치 여부 | 문맥 및 의도 |
| 스컨소프 문제 | 취약함 | 강력함 |
| 유지 보수 | 지속적인 리스트 업데이트 필요 | 학습 데이터 필요 |
Google의 Perspective API나 오픈소스 NLP 라이브러리들을 활용하면, 독성 점수(Toxicity Score)를 계산하여 임계값을 넘는 경우에만 제재를 가하는 유연한 대처가 가능합니다.
운영자를 위한 실전 가이드: 유저 경험(UX) 보호하기
기술적인 조치 외에도 운영 정책적인 측면에서 스컨소프 문제를 완화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1. 차단 대신 ‘숨김’ 또는 ‘경고’
게시물 등록 자체를 막아버리면 사용자는 큰 좌절감을 느낍니다. 등록은 허용하되, 본인에게만 보이게 처리(Shadow Ban)하거나, \”부적절한 단어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정말 등록하시겠습니까?\”라는 경고 팝업을 띄워 사용자 스스로 수정할 기회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2. 신고 기반의 사후 모니터링 강화
사전 차단(Pre-moderation)은 필연적으로 오탐지를 동반합니다. 따라서 완벽하지 않은 필터는 최소한으로 적용하고, 사용자 신고 기능을 강화하여 사후에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커뮤니티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3. 투명한 금칙어 정책
가능하다면 어떤 단어가 문제가 되었는지 명확히 알려주지 않는 것이 보안상(우회 방지)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스컨소프 문제로 고통받는 일반 유저를 위해 이의 제기 채널을 열어두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FAQ: 스컨소프 문제와 필터링
Q. 스컨소프(Scunthorpe)라는 이름은 왜 안 바뀌었나요?
실제로 이 문제 때문에 마을 이름을 바꾸자는 논의는 없었습니다. 대신 구글과 같은 거대 IT 기업들이 알고리즘을 수정하여 해당 지명을 예외 처리하는 방식으로 해결했습니다. 이는 기술이 현실을 반영해야지, 현실이 기술의 오류에 맞춰질 수 없음을 시사합니다.
Q. 모든 욕설을 막는 것이 가능한가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사용지들은 소위 ‘야민정음’이나 특수문자, 숫자 혼용(Leetspeak)을 통해 끊임없이 필터를 우회합니다. 방패를 뚫는 창은 계속 진화하기 때문에, 완벽한 차단보다는 ‘건전한 커뮤니티 문화 형성’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Q. 한국어 형태소 분석기는 어떤 것을 써야 하나요?
Python 환경이라면 KoNLPy 라이브러리의 Mecab이나 Okt 등을 추천합니다. 이를 통해 문장의 구조를 파악하고, 단순 문자열 매칭이 아닌 품사 기반의 필터링 로직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결론: 융통성 있는 ‘Crossguard’가 필요하다
스컨소프 문제는 자동화된 시스템이 인간의 언어를 다룰 때 발생하는 필연적인 부작용입니다. 하지만 이를 방치하면 사용자는 떠나갑니다. 단순한 블랙리스트 방식에서 벗어나, 화이트리스트를 교차 검증하고 AI 기술을 접목한 똑똑한 ‘Crossguard’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기계적인 차단보다는 문맥을 이해하는 배려가, 무조건적인 금지보다는 유연한 운영이 여러분의 플랫폼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지금 바로 여러분의 금칙어 리스트를 점검해 보세요. 혹시 억울하게 차단당하고 있는 ‘Scunthorpe’는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