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굴러다니는 볼펜으로 시작하는 힙한 취미: 볼펜 드로잉 기초부터 명암 표현까지 완벽 가이드

1. 들어가며: 왜 하필 ‘볼펜’ 드로잉인가요?

집에 굴러다니는 볼펜으로 시작하는 힙한 취미: 볼펜 드로잉 기초부터 명암 표현까지 완벽 가이드
집에 굴러다니는 볼펜으로 시작하는 힙한 취미: 볼펜 드로잉 기초부터 명암 표현까지 완벽 가이드

우리의 책상 위, 가방 속, 심지어 거실 서랍 어딘가에는 항상 이것이 있습니다. 바로 ‘볼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비싼 스케치북과 전문적인 미술용 연필, 혹은 아이패드 같은 디지털 기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볼펜 드로잉은 가장 저렴하고, 가장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그 어떤 재료보다 강렬한 매력을 지닌 장르입니다.

볼펜 드로잉의 가장 큰 특징이자 초보자들이 두려워하는 점은 바로 ‘지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연필처럼 지우개로 쓱쓱 지우고 다시 그릴 수 없기에, 선 하나를 그을 때마다 신중해야 하고 긴장감이 따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점이 볼펜 드로잉의 최대 장점입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선을 긋는 연습을 하게 되며, 틀린 선조차 그림의 일부로 녹여내는 응용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잉크 특유의 미끄러지는 듯한 필기감과 필압에 따라 달라지는 농담 표현은 연필과는 또 다른 깊이감을 선사합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볼펜 하나로 예술가가 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2. 준비물: 어떤 볼펜과 종이를 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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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 드로잉은 준비물이 매우 간단하지만, 더 좋은 결과물을 위해 알아두면 좋은 팁들이 있습니다.

최고의 도구는 ‘손에 익은 펜’

전문가용 라이너나 값비싼 만년필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모나미 153이나 판촉물로 받은 볼펜도 훌륭한 도구입니다. 다만, 펜의 종류에 따라 그림의 느낌이 달라집니다.

  • 유성 볼펜: 잉크가 끈적하고 필압에 따라 선의 진하기(농도) 조절이 매우 용이합니다. 연한 회색부터 진한 검은색까지 하나의 펜으로 표현할 수 있어 명암 넣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예: 모나미 153, 제트스트림 등)
  • 젤 펜(수성): 잉크가 물처럼 묽고 진하게 나옵니다. 필압 조절보다는 균일하고 깔끔한 선을 얻기에 좋습니다. 만화적인 느낌이나 라인 드로잉에 적합합니다.

종이 선택의 중요성

볼펜은 잉크가 종이에 스며들거나 얹혀지는 방식이므로, 너무 얇은 종이(복사용지 등)는 뒷면에 비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표면이 거친 수채화용 종이는 볼펜 똥이 많이 생기거나 선이 끊길 수 있습니다. 적당히 매끄러운 켄트지나 드로잉 전용지(150g 이상)를 추천합니다. 표면이 매끄러울수록 펜이 부드럽게 나가며 섬세한 묘사가 가능합니다.

3. 핵심 기술: ‘필압’으로 만드는 마법 같은 명암

볼펜 드로잉의 핵심은 단연 ‘필압 조절’입니다. 연필은 흑연의 단단함(H, B 등)에 따라 명암을 조절하지만, 볼펜은 오로지 손의 힘으로 잉크의 배출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이 기술만 익히면 흑백 사진 같은 리얼한 묘사가 가능해집니다.

0%에서 100%까지 힘 조절하기

종이에 펜 끝을 대는 둥 마는 둥 스치듯 그어보세요. 잉크가 거의 묻어나지 않거나 아주 연한 회색 선이 나옵니다. 이것이 가장 밝은 톤을 표현하는 베이스가 됩니다. 반대로 종이가 눌릴 정도로 꾹 눌러 그으면 진하고 굵은 검은색이 나옵니다. 이 사이의 단계를 5단계 혹은 10단계로 나누어 선을 긋는 연습을 해보세요.

Tip: 볼펜은 방향 전환 시 잉크가 뭉쳐서 나오는 현상(볼펜 똥)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선을 그을 때 시작과 끝을 날리듯이(flicking) 가볍게 처리하면 잉크 뭉침 없이 부드러운 그라데이션을 만들 수 있습니다.

4. 실전 기법: 해칭(Hatching)과 질감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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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압 조절이 되었다면 이제 면을 채우는 기법인 ‘해칭’을 익혀야 합니다. 볼펜 드로잉은 선이 모여 면이 되는 예술입니다.

1. 평행 해칭 (Parallel Hatching)

한쪽 방향으로 촘촘하게 선을 긋는 방식입니다. 선의 간격이 좁을수록 어둡게, 넓을수록 밝게 보입니다.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깔끔한 느낌을 줍니다.

2. 크로스 해칭 (Cross Hatching)

가로, 세로, 대각선 등 여러 방향의 선을 겹쳐서 더 깊은 어둠을 표현합니다. 2번 겹치면 중간 톤, 3~4번 겹치면 아주 어두운 톤이 됩니다. 볼펜 드로잉에서 입체감을 낼 때 가장 많이 쓰입니다.

3. 스크리블링 (Scribbling)

자유 곡선이나 낙서하듯이 선을 꼬불꼬불하게 겹쳐서 질감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나무의 잎사귀, 동물의 털, 거친 옷감 등을 표현할 때 매우 효과적입니다. 정형화되지 않은 선들이 모여 만드는 우연의 효과가 매력적입니다.

5. 따라 해보기: 볼펜으로 입체적인 사과 그리기

이론을 배웠으니 간단한 사과 그리기로 실습해봅시다.

  1. 밑그림 없이 윤곽 잡기: 아주 연한 필압(거의 종이에 닿을 듯 말 듯)으로 사과의 전체적인 덩어리를 잡습니다. 틀려도 괜찮습니다. 덧그리면서 형태를 수정하면 됩니다.
  2. 가장 어두운 부분 찾기: 사과의 밑부분과 그림자 부분에 강한 필압으로 어둠을 잡습니다. 이때 과감하게 진한 선을 사용해 형태를 확정 짓습니다.
  3. 중간 톤 채우기: 해칭 기법을 사용하여 어두운 부분에서 밝은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중간 톤을 쌓습니다. 선의 방향을 사과의 둥근 형태를 따라 굴려주면 입체감이 살아납니다.
  4. 하이라이트 남기기: 볼펜은 흰색을 칠할 수 없으므로, 빛을 가장 많이 받는 부분은 아예 칠하지 않고 종이의 흰색을 남겨두어야 합니다.
  5. 정리 및 디테일: 꼭지 부분의 질감을 묘사하고, 외곽선을 한 번 더 정리하여 그림을 완성합니다.

6. 자주 하는 실수와 ‘볼펜 똥’ 대처법

볼펜 드로잉을 망치는 주범은 바로 ‘잉크 찌꺼기’, 일명 볼펜 똥입니다. 그리다 보면 펜 끝에 잉크가 뭉치는데, 이걸 모르고 선을 그으면 의도치 않게 검은 점이 툭 찍히거나 손날에 묻어 그림 전체를 번지게 만듭니다.

해결책: 휴지를 항상 옆에 두세요

몇 번 선을 긋고 나면 습관적으로 펜 끝을 휴지나 못 쓰는 종이에 닦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진한 선을 긋고 난 직후에는 반드시 펜 끝을 확인하세요. 또한, 오른손잡이의 경우 그림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려나가는 것이 손에 잉크가 묻어 번지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입니다.

실수로 선을 잘못 그었다면?

절대 당황하지 마세요. 잘못 그은 선을 덮을 만큼 주변을 더 어둡게 명암 처리하거나, 아예 그 선을 이용해 형태를 조금 변형시키세요. 볼펜 드로잉에서는 ‘틀린 선’이 없습니다. 그 선들이 모여 그림의 밀도와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7. 도구 비교: 볼펜 vs 연필 vs 피그먼트 라이너

다른 드로잉 도구들과 비교했을 때 볼펜이 가진 특징을 한눈에 파악해 봅시다.

구분 볼펜 (유성) 연필 피그먼트 라이너
수정 가능 여부 불가능 가능 (지우개) 불가능
명암 조절 필압으로 농도 조절 가능 (매우 우수) 필압 및 경도(H, B)로 조절 선 굵기나 밀도로만 조절 (농도 조절 불가)
선의 느낌 매끄럽고 광택이 있음 서걱거리고 부드러움 균일하고 깔끔함
보존성 시간이 지나면 변색되거나 번질 수 있음 번질 수 있으나 정착액 사용 시 양호 내수성/내광성이 우수하여 보존성 최고

8. FAQ: 볼펜 드로잉에 대한 궁금증

Q. 밑그림을 연필로 그려도 되나요?

네, 물론입니다. 초보자라면 연필로 흐리게 스케치를 한 후 볼펜으로 본 작업을 하고, 나중에 지우개로 연필 자국을 지우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단, 볼펜 잉크가 완전히 마른 후에 지워야 번지지 않습니다.

Q. 어떤 브랜드의 볼펜이 제일 좋은가요?

비싼 브랜드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국민 볼펜 ‘모나미 153(0.7mm)’은 똥이 좀 나오지만 필압 조절 연습에 아주 좋습니다. 부드러운 필기감을 원한다면 ‘제트스트림’이나 ‘BIC 라운드 스틱’을 추천합니다. 그림용으로는 1.0mm 이상의 굵은 심이 명암 넣기에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Q. 인물화를 그리는데 얼굴이 너무 까맣게 됐어요.

볼펜은 덧칠할수록 어두워지기 때문에, 인물의 피부처럼 밝은 톤은 선을 최대한 아끼거나 아주 약한 필압으로 성기게 해칭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빽빽하게 채우려 하지 말고, 부족하면 더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톤을 쌓으세요.

9. 결론: 하루 10분, 볼펜으로 기록하는 일상

볼펜 드로잉은 거창한 예술 활동이 아닙니다. 카페에서 기다리는 동안, 통화하는 동안 무심코 끄적이는 낙서에서 시작됩니다. 지우개가 없다는 제약은 오히려 완벽주의를 내려놓게 하고, 그림 그리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컵이나 내 손을 그려보세요. 삐뚤빼뚤한 선들이 모여 나만의 감성이 담긴 작품이 될 것입니다. 오늘부터 주머니 속에 볼펜 한 자루와 작은 수첩 하나를 넣고 다니며 일상을 기록해 보는 건 어떨까요? 세상에서 가장 가성비 좋은 취미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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