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를 집에서 키운다는 것: 단순한 호기심 그 이상의 도전

많은 분들이 수산 시장이나 마트 수조 속에서 활발하게 헤엄치는 꽃게를 보며 ‘집에서 키워보면 어떨까?’라는 호기심을 갖곤 합니다. 우리가 흔히 식재료로만 알고 있는 꽃게(Portunus trituberculatus)는 사실 수조 안에서 굉장히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유영 능력을 보여주는 생물입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꽃게 키우기는 ‘해수항’ 운영 경험이 없으시다면 난이도가 매우 높은 도전입니다. 일반적인 민물 가재나 소라게와 달리, 꽃게는 완전한 바다 환경을 요구하며 수질과 수온에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실제로 꽃게를 반려 생물로 맞이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생존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실전 가이드를 제공해 드립니다.
꽃게 사육 전 반드시 알아야 할 생태적 특성

성공적인 사육을 위해서는 꽃게의 습성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꽃게는 다른 게들과 달리 뒷다리가 부채 모양의 ‘유영각’으로 변형되어 있어 헤엄을 잘 칩니다. 이는 넓은 유영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 바닥을 파고드는 습성 (버로우)
꽃게는 위험을 느끼거나 휴식을 취할 때 모래 바닥 속으로 몸을 숨깁니다. 따라서 수조 바닥재는 필수이며, 입자가 고운 모래가 적합합니다.
2. 공격적인 성향
꽃게는 영역 본능이 강하고 집게발의 힘이 매우 셉니다. 여러 마리를 좁은 공간에 합사할 경우 서로 공격하거나 잡아먹는 ‘동족 포식(카니발리즘)’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3. 야행성 포식자
주로 밤에 활동하며, 시력보다는 후각이 발달해 있습니다. 먹이 반응이 매우 좋지만, 그만큼 수질을 빠르게 오염시키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필수 준비물 및 수조 세팅 가이드
꽃게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대충 소금물만 타서는 하루도 버티기 힘듭니다. 아래 리스트를 체크하여 준비해 주세요.
- 수조 크기: 최소 2자(60cm) 이상 권장. 유영을 하는 종이므로 폭이 넓은 수조가 좋습니다.
- 여과기: 꽃게는 먹성이 좋고 배설량이 많습니다. 오버플로우 방식이나 대형 외부 여과기, 그리고 강력한 스키머(Skimmer)가 필수입니다. 여과력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맞춰주세요.
- 바닥재: 산호사(슈가 사이즈~3mm)를 5cm 이상 두껍게 깔아주어 버로우 할 수 있게 합니다.
- 해수염 및 비중계: 천일염이 아닌 해수어 전용 해수염을 사용하여 염도(1.020~1.025)를 맞춰야 합니다.
- 은신처: 라이브락이나 데드락을 이용해 몸을 숨길 공간을 만들어주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 주의: 냉각기(Chiller)의 필요성꽃게는 수온 변화에 민감하며, 특히 고수온에 취약합니다. 실내 온도가 28도 이상 올라가는 여름철에는 용존 산소량 부족으로 폐사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안정적인 사육을 위해서는 수온을 20~25도 사이로 유지해 줄 냉각기나 냉각팬이 반필수적입니다.
먹이 급여와 수질 관리의 핵심

꽃게는 잡식성에 가까운 육식성입니다.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 무엇이든 잘 먹지만, 건강한 탈피를 위해서는 영양 밸런스가 중요합니다.
추천 먹이 리스트
- 주식: 바지락 조개살, 깐 새우, 오징어 조각 (사람이 먹는 생물을 씻어서 급여)
- 특식: 침강성 육식어류 사료 (적응 훈련 필요)
먹이는 하루 1~2회, 5분 안에 다 먹을 수 있는 양을 줍니다. 남은 먹이는 즉시 건져내야 수질 악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특히 꽃게가 먹이를 먹을 때 찌꺼기가 많이 날리므로, 주 1회 20~30% 환수는 필수입니다.
생명의 고비, ‘탈피’ 관리하기
갑각류 키우기의 가장 큰 기쁨이자 두려움은 바로 ‘탈피’입니다. 꽃게는 탈피를 통해 성장하며, 이 시기에 가장 약해집니다.
- 탈피 징후: 먹이 반응이 떨어지고 움직임이 둔해지며, 껍질 색이 탁해집니다.
- 격리 조치: 합사 중이라면 탈피하려는 개체를 반드시 격리통에 넣어야 합니다. 탈피 직후의 꽃게는 몸이 물렁물렁하여 다른 꽃게나 물고기의 공격을 받으면 100% 치명상을 입습니다.
- 후처치: 탈피 껍질은 칼슘 보충을 위해 스스로 먹도록 두는 것이 좋으나, 수질 오염이 우려되면 제거합니다. 몸이 굳을 때까지 2~3일은 안정을 취하게 해주세요.
일반적인 애완 게 vs 꽃게(수영게) 비교
많은 분들이 ‘도둑게(스마일게)’나 ‘소라게’를 생각하고 꽃게 사육에 도전하지만, 난이도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아래 표를 통해 차이점을 확인하세요.
| 구분 | 일반 육지 게 (도둑게 등) | 꽃게 (수영게) |
|---|---|---|
| 서식 환경 | 육지 + 작은 물그릇 (반수생) | 100% 해수 (완전 수생) |
| 필요 장비 | 채집통, 바닥재, 물그릇 | 대형 수조, 여과기, 스키머, 냉각기 |
| 사육 난이도 | 하 (초보자 추천) | 상 (숙련자 추천) |
| 비용 | 저렴함 | 초기 세팅 비용 높음 |
| 매력 포인트 | 아기자기함, 핸들링 가능 | 유영하는 모습, 압도적인 포스 |
자주 묻는 질문 (FAQ)
Q. 마트에서 산 꽃게를 바로 수조에 넣어도 되나요?대부분의 마트 꽃게는 운송 과정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고, 아가미가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맞댐’을 천천히 진행해야 하지만, 생존 확률은 50% 미만으로 보시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건강한 개체를 원한다면 수산시장에서 활력이 넘치는 녀석을 직접 골라오세요.
Q. 물고기와 합사가 가능한가요?추천하지 않습니다. 꽃게는 매우 빠른 포식자입니다. 잠자는 물고기를 사냥할 수 있고, 반대로 큰 물고기(복어, 돔 종류)는 꽃게를 공격하여 다리를 뜯어먹을 수 있습니다. 단독 사육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Q. 수돗물을 그냥 써도 되나요?절대 안 됩니다. 수돗물의 염소는 치명적이며, 해수염을 타지 않은 민물에서는 꽃게가 삼투압 쇼크로 금방 죽습니다. 반드시 하루 정도 받아둔 수돗물이나 정수기 물에 인공 해수염을 정량 섞어 사용하세요.
Q. 집게발 한쪽이 떨어졌는데 다시 자라나요?네, 다행히도 꽃게는 재생 능력이 있습니다. 다음 탈피 과정을 거치면서 작게나마 다리가 다시 자라나며, 몇 번의 탈피를 거치면 원래 크기로 복구됩니다.
마치며: 바다를 옮겨온 듯한 특별한 경험
꽃게 키우기는 결코 쉬운 취미가 아닙니다. 짠내 나는 바닷물을 다뤄야 하고, 여름철엔 온도와의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하지만 수조 조명 아래서 푸른빛과 붉은빛이 감도는 갑각을 반짝이며 우아하게 헤엄치는 꽃게를 보는 것은, 다른 물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압도적인 매력을 선사합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하기보다는, 충분한 장비와 마음의 준비를 갖추고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수조가 작은 바다가 되는 그날까지 응원합니다.